공학도지만 글도 쓰고 싶어/문득 쓰는

MBTI가 바뀌기도 하나요? (MBTI에 관한 오해들)

자네트 2021. 10. 21. 12:58
반응형


필자는 MBTI 유료 정식검사 결과 각 특성(N, T, P)에 대한 선호성이 굉장히 강한 ENTP임을 먼저 밝혀둔다. (흥미를 가진 것에 진지하게 파고드는 것부터가 극단적인 엔팁들은 공감이 될 것이다. 각 특성이 중간에 걸친 사람들은 그다지 공감할 수 없을 것이고)

틀린 소리를 못 견디는 엔팁들은 필자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MBTI 유형은 거의 만능인 것처럼 퍼져 있으며 잘못된 상식이 온갖 유튜브와 인스타 등에 떠돌아다닌다. MBTI 유형으로 궁합을 점치려 하며 어떤 사람을 전부 판단하려 하기도 하고 같은 유형인 사람은 성격이 똑같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물론 비슷한 심리 기능을 쓰는 사람들이 모이면 어느 정도 공통된 경향성이 나오는 것은 맞다. 하지만 너무나도 잘못된 상식에 매몰된 글들을 볼 때마다 너무너무너무 고쳐주고 싶어서 MBTI 검사와 유형에 관한 흔한 오해들을 좀 풀어보려고 한다.




무료 MBTI 검사 결과는 정확한가?

아니다.
유료 정식 MBTI 검사가 아니라면 나머지는 다 짭이다. 정식 MBTI 검사도 결과가 잘못 나올 수 있는데 무료 검사 결과가 틀렸을 확률은 더더욱 높다. 정식 MBTI 검사 문항은 몇백 문항인데 인터넷에서 한 열 개 선택해서 나오는 결과로 누군가 당신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누가 질문 몇 번 해서 아~ 넌 이런 사람이네~ 라고 판단한다면 당신은 짜증이 날 것이다.


그럼 유료 정식 MBTI 검사는 정확한가?

아니다.
MBTI 검사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자신에 대해 평가하는 자기평가 검사는 틀릴 확률이 존재한다. 왜냐면 자기객관화가 잘 된 사람도 있지만 자기객관화가 전혀 안 된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당신 주변 사람들 중에도 있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전혀 아닌데 혼자 자기 자신을 잘못 평가하는 사람이. 그 사람이 자기평가검사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결과가 맞겠는가?
자기객관화가 안 된 사람의 검사 결과는, 자기 자신에 대한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되고 싶어하는" 유형이 결과로 나온다. 그래서 원래는 검사 결과 들고 자격 있는 컨설턴트한테 가서 결과 땅땅을 받아야 진짜 그게 자신의 유형이다.



MBTI 검사는 완벽한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똑같은 MBTI 유형의 사람들의 성격이 완전히 똑같은가? 같은 E라도 미친듯이 외향적인 사람이 있고 어쩌다보니 내향적인 사람에 비하면 외향적이지만 완전한 파티피플이 아닌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사람의 성격은 상대적이다. MBTI유형으로 제발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말자. 경향성을 판단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제발 이런 거 묻지 말자. "전남친이 ISTP인데 붙잡으면 붙잡힐까요? ㅠㅠ" 세상에는 붙잡히는 ISTP도 있고 안붙잡히는 ISTP도 있다. 그건 정말이지 아무런 상관이 없다. MBTI 유형으로 한 개인을 판단하려 하지 말라.



MBTI 검사에 빠진 것은 없는가?

있다.
MBTI가 판단하는 심리 기능은 모두가 알다시피 4개다. 외향/내향, 감각/직관, 감정/사고, 판단/인식. 그러나 전문가피셜 MBTI엔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은 신경성이다. 쉬운 말로 예민함으로 치환할 수 있다. 세상에!! 외향내향 감각직관 이런 거 암만 따져도 예민함의 정도가 다르면 정말 차원이 다른 성격이 된다. 그런데 이 신경성의 척도를 MBTI 검사는 전혀 감안하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INFP라도 신경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과 아주 높은 사람은 정말이지 다른 성격이 되는 것이다.

신경성 말고 빠진 것은 지능이다.
같은 유형이면 지능이 비슷한가? 전혀 아니다. 평균치는 존재하지만 그건 평균일 뿐이다. ESFP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대가리 꽃밭이라는 소리가 있는데, 어떤 ESFP인 사람은 보통 똑똑하다고 여겨지는 유형(보통 NT)보다 더 똑똑할 수도 있다. 모든 INTJ가 노벨상을 탔는가? 모든 INTP가 카이스트를 갔는가? 같은 유형 안에도 덜 똑똑한 놈 더 똑똑한 놈 분명히 존재한다.

예시를 들어보건대 필자는 ENTP인데 무려 같은 팀에 ENTP가 두 명 더 있다. 그러나 성격 정말 하나도 안 똑같다. 한 명은 신경성이 매우 높으며 자기객관화가 잘 안 되고 소위 말하는 꼰대 기질이 강하다. 경향적인 특성인 두뇌 회전 빠름과 물음표 살인마 특성은 갖고 있긴 하지만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뭐만 하면 소리지르고 화낸다. 자존심도 겁나 세다.
또다른 한명은 ENTP의 경향적 특성은 갖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배려심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사회화가 잘 되었으며 남의 눈치를 엔팁치고는 좀 보는 타입이다. (T가 약한 편인듯) 그리고 외향 중의 내향성이 강한 엔팁 치고는 외향성이 강한 편이다.
필자에 관해서는 구구절절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먼저 언급한 두 명과 확실히 다르다. 더 내향적이며 사회화는 되었고 눈치는 안 보지만 언성을 높이지는 않는다. (조곤조곤 패는 타입) 같은 외향 직관을 주기능으로 사용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수준으로 잘 사용하지도 않는다.

혹시 신경성을 포함한 심리 검사를 찾고 있다면 빅 5 검사가 신경성을 포함한다. 그런데 무료 검사는 카카오에서 제공하고 있는듯 한데 이것도 문항 겁나 적고 거의 짭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식 검사는 외국 사이트에서 유료로 제공하고 있는 듯 하다.



MBTI는 바뀌는가?

일단, 아니다.

첫번째로,
우선 수많은 사람들이 짭 MBTI(16퍼스널리티스 등등)검사를 할 때 잘못하고 있는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의 상태"를 기준으로 검사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료 정식검사를 한 사람은 알 것이다. MBTI 검사는 타고난 심리 기능을 검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간순간 위축되거나 아니면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억지로 바꾼 잠깐의 상태로 검사에 임하면 당연히 결과가 잘못 나온다. 그래서 정식 검사에서는 충분히 공지를 한다. 어릴 때의 나의 본능적이고 편한 모습을 떠올리며 응답하라고. 어릴 때는 사회화도 안 되었고 본능대로(속되게 지 꼴리는 대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바로 그 모습이 당신이 가장 편하게 사용하는 심리 기능이 발현된 모습이다. 어른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본능을 죽이는 일은 너무 흔하다. 때로는 우울증 등으로 심리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본능을 못 쓰기도 한다. 이럴 때 검사하면 검사 결과가 당연히 다르게 나온다.

두번째로,
각 심리 기능을 애매하게 쓰는 경우에 결과가 자꾸 바뀌어 나온다. 특히 외향과 내향이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일단 E인 사람이 일하느라 바빠서 본능 죽이느라 I로 나오는 경우와, I인 사람이 강제로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E로 바뀌어 나오는 경우, 아니면 그냥 중간에 걸친 사람이 문항 한두개로 삐끗해서 바뀌어 나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유형이 바뀐 게 아니라 그냥 당신의 타고난 유형(mbti검사는 원래 타고난 유형을 찾는 검사이다)은 정해져 있는데 결과가 "잘못" 나온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이 P이긴 P인데 엄청엄청 약한, J쪽에 가까운 P가 본능이라고 치자. 그럼 암만 당신이 P라고 해도, 당장 내일 갑자기 토론토행 비행기표를 끊을 정도로 즉흥적이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매일 모든 일정을 정해진 시각에 소화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한두개 잘못 응답해서 J가 나올 수도 있지만, 다른 심리 기능을 종합해봤을 때 당신의 본능은 P라고 판단내릴 수 있다. (그리고 사실 당연하게도, 극단적인 사람보다 중간인 사람이 더 많다)

다른 심리 기능을 종합해서 내 실제 유형을 판단하는 방법은 다른 항목에서 설명하겠다.

아무튼 그래서 요즘 MBTI 바뀐 연예인들 어쩌구 하는 글이 보이는데 그건 그 연예인이 사회화된 현재 상태로 응답을 해서 검사가 잘못 나왔거나 아니면 예전에 했던 응답이 잘못 됐었거나 아니면 그냥 자기객관화가 좀 안 됐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애초에 연예인들 중에 정식 검사 받은 사람은 별로 없다.

아주 가끔, 큰 사고처럼, 드물게 정말로 심리 기능 위계가 전환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기에, 바뀔 가능성이 아주 약간은 있다. 그러나 남들이랑 비슷하게 살아왔다면 그건 그냥 결과가 잘못 나온 것이니 정식 검사 및 상담 추천.







두 유형에 걸쳤으면 둘 다 내 특징인가?

아니다.
만약 서로 다른 두 유형을 보고 이것도 전부 나야! 저것도 전부 나야! 라고 여긴다면 그건 자기객관화가 잘 안된 거다. 어느 정도 비슷한 특징이 겹칠 수는 있지만 두 유형을 전부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반대로, 두 유형의 특성 둘 다 애매하게 잘 안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P와 J가 중간쯤인 사람을 다시 예시로 든다. 이 사람은 내일 떠날 여행을 일단 비행기표부터 지르고 보는 즉흥성도 없고, 그렇다고 매일매일 시간 단위로 일정을 짤 계획성도 없다. 그냥 어떨 때는 지나가다가 해보고 싶은 거 해보는데 또 어떨 때는 조금씩 계획도 하고 그럴 것이다. 이게 둘 다의 특징을 가진 거라고 볼 수 있는가? 둘 다 애매한 거라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훨씬 많다.

"저는 인팁도 나오고 어쩔 땐 엔팁도 나와요.. 둘 다인가요?"
아니다. 둘 중에 하나가 당신이다. 나머지 하나는 잘못 나온 것이거나, 둘 다 당신을 대변하기엔 좀 애매한 것이다. 둘 다 당신을 설명할 수는 없다. 왜냐면 INTP와 ENTP는 가장 잘 쓰는 심리 기능이 다르다. 인팁은 Ti(내향 사고), 엔팁은 Ne(외향 직관)이 각각 주기능이다. 당신은 주기능으로 두개를 다 자유롭고 편하게 쓰기는 웬만해선 힘들다. 둘이 비슷해보이는 건, 인팁의 주기능을 엔팁은 부기능으로 쓰고, 엔팁의 주기능을 인팁은 부기능으로 쓰기 때문이다. 뭔가 어려운 말 같지만 아무튼 둘은 머릿속이 돌아가는 구조가 비슷해보이지만 약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두 유형 중에 한 쪽에 더 가까울 것이다.

주기능 부기능 어쩌구를 잘 모를 수 있다. MBTI를 그냥 스낵 컬쳐로 소비하고 마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사실 이렇게 진지하게 파는 사람도 드물다.(...)

그러나 모든 유형에는 가장 잘쓰는 기능과, 가장 못쓰는 열등 기능이 존재한다. 그러니 혹시나 두 유형이 자꾸 비슷하게 나와서 내가 둘 중에 뭔지 헷갈린다면, 나무위키에서 각 유형의 주기능/부기능/열등기능 설명을 읽어보고 둘 중에 어떤 기능을 내가 주로 쓰는지, 또 어떤 단점이 나한테 더 맞는지를 파악하면 된다. 물론, 중간에 걸친 사람은 이조차 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약간이라도 더 익숙하게 쓰는 기능이 잘 생각해보면 있기는 할 것이다.

혹여나 자기객관화가 잘 안된다면, 자신을 잘 아는 가까운 사람들한테 내가 이 기능과 저 기능 중에 뭘 더 쓰는 것 같은지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내가 평소에 새로운 것에 대한 직감이 좋은지(Ne), 아니면 어떤 사실에 대해 분석을 더 자주 하는지(Ti), 이런 식으로) 악의 없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이의 지인의 눈이 당신 자신의 눈보다 정확할 것이다. 장점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단점을 보고 판단하는 게 쉬울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 관대하기 때문에....







그럼 MBTI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가?

그건 아니다.
결론적으로, 정석적으로 검사가 잘 된 MBTI 유형은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하기 쉬워진다. 나는 직관을 잘 쓰고 감정에 약한 대신에, 이 사람은 감정을 우선적으로 하는 대신에 새로운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약하구나, 이런 식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자신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활용하기도 쉬워질 것이다. MBTI가 결코 무용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렇게 쓰지는 말자.

1. 누구누구가 나와 같은 유형이래!! 하면서 그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말기. 그 사람은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당신과 한 6~70프로만 비슷할 것이다.

2. 무슨무슨 유형은 바람피운다며? 너도 피우는 거 아냐? 등등, 어떤 유형은 무조건 이렇다는 편견 믿지 말기. MBTI는 책임감이나 배려심, 예민함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한다. 이런 말은 그런 걸 믿는 당신의 지능이 낮다는 것밖에 대변하지 못한다.

3. 너 이런이런 유형이니까 뭐 못하겠다. 하지마. 난 이러이러한 유형이니까 너보다 이거 잘해. 이러지 말기. 같은 유형이라도 그 정도는 사람마다 전부 다르다. 그리고 상대방이 당신보다 똑똑할 수도 있다.

4. 그냥 과몰입하지 말기.
1~3번 요약이긴 한데 대충 E끼리 만나면 시끄럽고 말 안끊기고, F들은 감정적 T들은 이성적 이런 경향성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경향성을 개인에 대입하면 안된다. MBTI는 참고만 하자. 재미로만 보자. MBTI로 뭘 해결하려고 하지 말자. 인스타나 페북 등등에 떠도는 MBTI 밈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엔 너무 편견이 가득하다.

5. 다시 말하지만 MBTI는 모자란 검사이다.
그러니 그 사실을 인지하고, MBTI 유형을 오남용하지 않는 지적이고 똑똑한 사람이 되자. 그냥 스몰 토크용으로 쓰기에는 아주 좋은 주제이다. (필자도 분위기 풀 때 많이 씀) 뭐든 맹신만 안하면 된다. 맹신하면 탈난다.





비록, 이 와중에도, 이 글을 쓰는 필자가
이런 글을 써놓고도 굉장히 본인이 티피컬한 엔팁인 게 티가 나서 어이가 좀 없는 극단적 엔팁이긴 하지만,
이것 또한 우연히 내가 극단적인 엔팁의 일반적 특징에 들어맞는 것 뿐이지 모든 엔팁이 이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 애초에 극단적이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쓴다고 보면 됨 (...) 과몰입하는 자칭 엔팁도 많이 봤기 때문에... (....)

암튼 MBTI 때문에 거의 혈액형 미신마냥 오 이거 난데!! 이거도 난데!! 하는 그 바넘 효과에 빠지지는 말았으면 함. 끝.

*바넘 효과 :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진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

반응형

'공학도지만 글도 쓰고 싶어 > 문득 쓰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것이 가지는 힘  (0) 2021.12.05
믿는 구석  (0) 202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