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지만 글도 쓰고 싶어/리튼바이

영화처럼 눈 내리던 날

자네트 2020. 2. 2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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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려
우리 서로 어쩔 줄 모르던 날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에 웃음을 터트리고
둘 사이 십 센치 틈,
그 공백을 메운 어지러운 향기
나는 그 간격이 참 멀었지
세상에서 가장 간지러운 비밀
날 좋아한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머리 위로 내리는 눈이 그날은 어쩐지 따듯했지
발자국이 남은 소복한 눈길 위
우리 둘 흔적이 퍽 다정해서
여기서 네가 날 껴안아줘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우리 머리가 핑 돌았던 날

춤을 췄지
눈이 차분하게 쌓인 장면 안에
오직 우리만 따스하게 걸었어
뽀얀 입김이 허공에 얼어붙어 내려도
우리 눈빛은 따뜻하게 녹아내려
나는 절로 춤을 췄었지
여기서 네가 날 사랑한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시간을 멈추고 싶었던 날

한 때 눈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모든 걸 덮고 덮어서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게
다시는 내가 색을 띠지 못하게
백색으로 사라지고 싶다고
다행이지, 그랬다면
우리 다시는 이렇게 빛나지 못했을 걸

그 날을 사랑해
영화처럼 따스히 눈이 내리던 날
닿을 듯 말 듯한 우리 손가락
여기서 내가 널 사랑한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널 보내기 싫었던 날

그 날의 널 사랑해
아무것도 아닌 날을
절대 잊을 수 없는 날로 만들어준 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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